누군가의 편지
Etc/Novel 2024.02.17
수많은 생명을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주 바깥으로 갈 수 없었고, 대폭발의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어쩌면 우연히. 아무도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는 태어났다. 그렇다면 그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피부와 종이가 맞닿을 때 생겨난 것일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말다툼이 시초인 것일지도 모르겠네. 언제든 다시 개막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세계의 운명이라는 건. 무엇을 하면 좋을지 한참이나 고민했다. 너무나도 자유로워서 오히려 부자유스럽다. 처음으로 죽음 외의 선택지가 무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 이야기를 건넬 상대가 이제는 없다. 나는 분명 눈앞에 더 절망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니까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거야. 전부 어리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너도 마찬가지였던 것 아냐? 내가 줄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