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4)
Etc/Novel 2023.08.19
눈을 뜨면 콘월의 해안 절벽이었다. 손에 낡은 천문학 서적이 들려 있고 멀리 2층 목조주택이 보였다. 태양이 녹아내린 것처럼 붉은 하늘 아래 갈대밭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크게 들이쉰 숨이 바닥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달렸다. 집으로 돌아오면, 조부모님께서 외출 준비를 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20년 전, 사소한 고집 때문에 이곳에 남겠다고 말한 것을 떠올려냈다. 악몽 속에서 잃어버린 책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나는 30분 후 6중 추돌사고에 휘말려 전소할 승용차에 올라탔다. 머릿속에서 수백만 번은 되풀이한 연극에 편안히 몸을 맡겼다. 생일에 갖고 싶은 게 있니? 자전거요. 더는 운명의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와 끝나지 않는 꿈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관객처럼 죽음을 고대했..